코인베이스가 2025년 4분기 6억 6,700만 달러(약 9,632억 원) 순손실로 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고 전했다.
거래량은 156% 급증했지만 암호화폐 투자자산 평가손 7억 1,800만 달러(약 1조 386억 원)와 전략적 투자 손실이 실적을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6억 6,700만 달러(약 9,632억 원) 순손실… 코인베이스, 거래량 156% 늘었는데 ‘평가손’에 발목 잡혔다 / TokenPost.ai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가 2025년 4분기(10~12월)에 6억 6,700만 달러(약 9,632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트코인(BTC) 등 보유 암호화폐 자산과 전략적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반영된 결과로, 사상 최대 수준의 거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코인베이스는 2025년 4분기 순손실 6억 6,700만 달러(약 9,632억 원)를 기록했다고 주주서한을 통해 밝혔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13억 달러(약 1조 8,883억 원) 흑자에서 반전된 수치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회사 측은 이번 손실이 현금 유출을 동반하지 않는 ‘비현금 평가손’ 중심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최대 거래 성장…숫자는 좋았지만, 포트폴리오가 발목
운영 지표만 놓고 보면 2025년은 코인베이스에 ‘최고의 한 해’였다. 총 거래량은 5조 2,000억 달러(약 7경 5,529조 원)로 전년 대비 156% 급증했고, 글로벌 암호화폐 현·선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 점유율도 6.4%로 전년의 두 배로 뛰었다. 구독·서비스 부문 매출 역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코인베이스는 주주서한에서 유료 멤버십 서비스 ‘코인베이스 원(Coinbase One)’ 가입자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연 환산 기준 1억 달러(약 1,445억 원) 이상 매출을 내는 제품 라인도 12개로 늘었다. 스팟(현물)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구독·서비스, 파생상품, 인프라 사업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4분기 재무제표는 냉정했다. 4분기 전체 매출은 17억 8,000만 달러(약 2조 5,734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6% 감소하면서 시장 컨센서스(약 18억 3,000만 달러·약 2조 6,438억 원)를 밑돌았다. 핵심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 매출은 9억 8,300만 달러(약 1조 4,205억 원)로 2024년 4분기보다 36% 줄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0.66달러(약 954원)에 그치며, 0.86~0.96달러로 제시됐던 애널리스트 전망 하단을 밑돌았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평가손’ 7억 1,800만 달러
회사 측은 이번 분기 미국 회계기준(GAAP)상 손실의 1차 원인으로 보유 암호화폐 투자 포트폴리오 평가손을 지목했다. 코인베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에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투자 자산에서 7억 1,800만 달러(약 1조 386억 원)의 미실현 평가손이 발생했다. 이는 실제 매도에 따른 현금 유출은 아니지만, 회계상 자산가치가 줄어든 만큼 손익계산서에 반영돼 순손실을 키웠다.
전략적 투자 부문에서도 추가 충격이 나왔다. 코인베이스는 4분기 전략적 투자에서 3억 9,500만 달러(약 5,706억 원) 손실을 반영했는데, 여기에는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 지분 평가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서클 관련 투자 가치는 분기 기준 약 40% 감소했다.
그럼에도 코인베이스는 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13억 달러(약 16조 3,262억 원)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평가손에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과 운영 자금 측면에서는 여전히 ‘두꺼운 쿠션’을 확보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하이퍼리퀴드,衝 2.6조 달러 파생 거래…코인베이스 2배
코인베이스의 혼조 실적은 경쟁 심화와도 맞물려 있다. 온체인·거래 데이터 분석사 아르테미스(Artemis)에 따르면,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최근 분석 기간 동안 2조 6,000억 달러(약 3경 7,565조 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인베이스 거래량 1조 4,000억 달러(약 2경 203조 원)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시장 평가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아르테미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하이퍼리퀴드 토큰 가격은 31.7% 상승한 반면, 코인베이스 주가는 같은 기간 27% 하락했다. 스팟 중심의 규제 거래소 모델과 온체인 파생상품 중심의 디파이(DeFi) 플랫폼 간 성장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S&P500 편입·MiCA 승인·SEC 소송 종료…‘바쁜 2025년’
실적과 별개로, 2025년은 코인베이스가 전통 금융과 규제 틀 안으로 더 깊숙이 편입된 해이기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에 편입됐고, 유럽연합(EU) 새 암호화폐 규제안 MiCA(마이카)에 따라 역내 전역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가를 확보했다.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Deribit)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도 마무리했다.
규제 리스크 측면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 일부를 취하하면서, 회사는 장기간 이어졌던 법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 그동안 SEC와의 소송은 코인베이스 주가와 사업 확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보안·고객 보호 논란 여전…‘모든 것을 거래하는 거래소’ 구상
다만 모든 평가가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보안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Taylor Monahan)은 2025년 한 해 동안 코인베이스 이용자들이 입은 손실 가운데 최소 3억 5,000만 달러(약 5,057억 원)는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고 지적하며, 코인베이스의 사용자 보호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피싱·사기, 지갑 보안, 고객 지원 프로세스 등에서 개선 속도가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코인베이스는 이에 대해 스팟 거래에만 의존하지 않는 성장 전략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자신들이 구축 중인 플랫폼을 ‘모든 것을 거래하는 거래소(Everything Exchange)’라고 정의하며, 암호화폐 파생상품뿐 아니라 주식, 예측시장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이벤트·결과 기반 상품을 취급하는 칼시(Kalshi)와 손잡고, 각종 ‘이벤트 계약’ 시장 지원에 나섰다.
4분기 대규모 평가손은 코인베이스가 여전히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파생상품, 구독, 예측시장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개 분기 실적에서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스팟 수수료 중심 거래소 모델이 정체되는 사이, 온체인 파생상품과 탈중앙화 거래 인프라가 얼마나 점유율을 가져갈지도 코인베이스의 중장기 경쟁력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