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달러(약 5조 7,792억 원) 피해… ‘로맨스 스캠’ 암호화폐로 번졌다, FBI는 820만 달러(약 1,184억 7,000만 원) 동결
2026/02/15

미 오하이오 북부지검은 데이팅 앱·SNS로 접근해 수주~수개월 신뢰를 쌓은 뒤 암호화폐 송금을 유도하는 ‘로맨스 스캠’이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FBI는 USDT 지갑 추적으로 820만 달러(약 1,184억 7,000만 원) 이상을 동결·압수했으며, 2025년 전 세계 크립토 해킹·사기 피해는 40억 달러(약 5조 7,792억 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40억 달러(약 5조 7,792억 원) 피해… ‘로맨스 스캠’ 암호화폐로 번졌다, FBI는 820만 달러(약 1,184억 7,000만 원) 동결 / TokenPost.ai

40억 달러(약 5조 7,792억 원) 피해… ‘로맨스 스캠’ 암호화폐로 번졌다, FBI는 820만 달러(약 1,184억 7,000만 원) 동결 / TokenPost.ai

미 연방 검찰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온라인 연애 감정을 악용한 ‘로맨스 스캠’이 암호화폐로 번지고 있다며 대대적인 주의를 촉구했다. 단순 연애 사기가 아니라,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디지털 자산을 빼내가는 정교한 금융 범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다.

미국 오하이오 북부지검은 최근 공지를 통해, 데이팅 앱과 SNS,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접근한 사기범들이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관계를 이어가며 피해자의 감정을 조종한 뒤 암호화폐나 투자 명목의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밸런타인데이처럼 연애와 외로움이 부각되는 시기를 노린 ‘맞춤형’ 범죄라는 설명이다.

AI·가짜 투자 플랫폼 동원한 신종 수법

오하이오 북부지검을 이끄는 데이비드 M. 토프퍼 연방검사는 “사기범들은 신뢰와 감정을 노린다. 이들은 사랑을 찾는 게 아니라 돈을 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로맨스 스캠이 특히 고령층과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겨냥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최근 수사·기소 사례도 공개했다. 2025년 12월에는 가나 국적의 프레데릭 쿠미가 로맨스 사기 조직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조직은 2023년 이후 미국의 고령 피해자들을 상대로 800만 달러(약 1,155억 8,000만 원)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팀에 따르면 이들은 AI 도구로 그럴듯한 가짜 신원을 만들고, 자동화된 맞춤형 대화를 유지하며 신뢰를 쌓은 뒤 자금 송금을 요구했다. 쿠미는 가나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전신사기 공모, 자금세탁 공모 등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오하이오주의 한 여성이 ‘잘못 보낸 문자’로 위장한 낯선 이의 연락을 받은 뒤 총 66만 3,000달러(약 958억 9,000만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범인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며 관계를 발전시키는 한편, 피해자에게 크립토닷컴(Crypto.com)과 코인베이스(Coinbase) 계정 개설을 안내했다. 이후 고수익을 약속하며 가짜 투자 플랫폼으로 암호화폐를 옮기도록 유도했고, 자금은 그대로 사라졌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블록체인 추적을 통해 일부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수사팀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지갑을 추적해, 테더 측 협조를 받아 820만 달러(약 1,184억 7,000만 원)가 넘는 USDT를 동결·압수했다. 이는 ‘익명성’이 강조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신속한 수사와 협력이 이뤄질 경우 피해금 일부는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애감정 악용한 암호화폐 사기, 글로벌 확산 조짐

블록체인 보안업체 펙실드(PeckShield)가 2026년 1월 발표한 보고서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암호화폐 관련 해킹·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40억 달러(약 5조 7,792억 원)를 넘어섰으며, 이 중 순수 사기 피해만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9,807억 8,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펙실드는 특히 사기 피해액이 전년 대비 약 64% 급증했다며, 단순 피싱을 넘어 ‘개인 맞춤형’ 사칭과 관계 형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액 자산가나 투자 경험이 있는 개인을 정교하게 골라 접근하고, SNS·메신저·전화까지 동원해 다층적인 신뢰를 쌓은 뒤 암호화폐 전송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오하이오에서 드러난 로맨스 스캠 역시 이 같은 ‘고도화된 맞춤형 사기’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연방 검찰과 수사당국은 암호화폐가 송금 속도와 국경을 뛰어넘는 장점 때문에 사기범들에게도 매력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갑 주소 한 번만 바꾸면 새로운 계정이 생기고, 믹서나 해외 거래소를 거치면 추적 난도가 높아지는 만큼, ‘감정+암호화폐’를 결합한 로맨스 스캠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만나지 않은 사람에겐 암호화폐 절대 보내지 말라”

오하이오 검찰은 일반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 요령도 제시했다. 우선 프로필 사진을 ‘이미지 역검색’해 도용 여부를 확인하고, 영상통화·현실 만남을 반복적으로 회피하는 상대는 의심하라고 권고했다. 무엇보다 직접 만나본 적 없는 사람에게 암호화폐, 기프트카드, 전신 송금 등 회수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돈을 보내는 행위는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피해를 입었거나 의심되는 경우에는 모든 대화 기록과 금융 거래 내역을 보존한 뒤, 미 연방수사국 인터넷 범죄 신고센터(IC3)에 즉시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특히 고령 피해자를 대상으로는 ‘전국 노인 사기 핫라인’이 매일 운영되며, 상담과 신고 절차를 함께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암호화폐를 이미 보낸 경우 ‘속도’가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정 지갑 주소가 조기에 파악되면, 테더처럼 발행사가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일부 거래소 계정에 대해 동결 조치가 가능하지만, 믹서나 규제가 느슨한 해외 거래소로 흘러들어가면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나온 이번 경고는,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될수록 이를 악용한 ‘로맨스형 금융 사기’도 함께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간 큰 수익을 약속하거나, 감정을 앞세워 자금 송금을 요구하는 온라인 상대가 있다면, ‘사랑’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사기’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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