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규제당국에 암호화폐 매입·보증·긴급기구 등 ‘공적 자금 구제’ 차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정치권 공방이 커졌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지정학 리스크 속에 6만 7,000달러(약 9,713만 원) 핵심 지지선 아래로 내려앉았고, 압류 비트코인 활용을 둘러싼 재무부·FSOC 논의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6만 7,000달러(약 9,713만 원) 붕괴… 워런, 암호화폐 ‘세금 구제’ 금지 서한 / TokenPost.ai
‘암호화폐 억만장자, 세금으로 구제하지 말라’…워런, 미 규제당국에 공개 경고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암호화폐 시장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형태의 ‘공적 자금 구제’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규제당국에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암호화폐 가격 방어를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순간, 혜택은 결국 부유한 ‘크립토 억만장자’에게 돌아가고 민심만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워런은 최근 각 규제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당국이 직접 암호화폐를 매입하거나 가격을 간접적으로 떠받치는 긴급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행위 모두에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을 향한 ‘보이지 않는 안전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암호화폐 매입·보증·긴급기구 모두 금지해야”
워런의 서한은 구체적인 제도 설계보다는 톤과 메시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규제당국이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직접 매입하거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형태의 보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한 ‘긴급 유동성 창구’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특수 기구 역시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사실상 연준, 재무부, 예금보험기구 등 주요 감독기관을 겨냥한다. 워런은 암호화폐 시장이 조정을 겪더라도,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처럼 ‘마지막 구제자’ 역할을 하는 공적 안전판을 깔아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시장 전체가 아닌 소수의 대형 보유자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러라고 민간 포럼과 맞물린 정치적 파장
워런의 서한이 공개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새 암호화폐 포럼이 열린 직후였다. 이 행사는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과 정책 입안자가 함께 모인 자리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주최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단체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과 연계된 민간 포럼이 암호화폐 규제와 육성 방향을 논의하는 와중에, 워런이 ‘공적 자금 구제 불가’를 못 박는 서한을 발송한 만큼 정치적 해석이 뒤따른다. 만약 향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정책 지원이 이뤄질 경우, ‘대통령 측근 기업에 유리한 특혜’라는 정치 공세로 비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몰수 비트코인, “납세자 돈 아닌 미국의 자산”
논란은 연방 차원의 금융감독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열린 연방 재정감독 관련 회의에서, 재무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개입하거나 정부가 압류한 비트코인을 시장 안정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재무부가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개입하거나, 압류한 암호화폐를 시장에 영향을 미칠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느냐”고 날카롭게 물었다. 베센트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압류를 통해 확보한 비트코인은 미국 정부의 자산이지 납세자의 돈이 아니다”라며, 이를 구제금융 성격의 재원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이 논의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을 논의하는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 워런의 서한 수신자 목록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도 포함돼 있어, 암호화폐 시장 개입 여부가 재무부를 넘어 연준까지 아우르는 ‘범정부 이슈’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지정학 리스크 속 6만 7천 달러선 하회
정치권 공방과 별개로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BTC)은 최근 시장의 ‘리스크 오프(risk-off)’ 심리가 강해지면서 6만 7,000달러(약 9,713만 원)~7만 달러(약 1억 149만 원)로 여겨지던 핵심 지지 구간 아래로 내려앉았다.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강화됐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은 미국 증시와 다른 위험 자산과 함께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차트에서는 단기 지지선이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며, 글로벌 변수에 따른 투자 심리 변화가 암호화폐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다만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비트코인의 ‘충격 흡수력’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주요 지정학 이벤트 때마다 단기 급락 이후 중장기 추세가 다시 우상향해 온 점을 들며, 단기 변동성과 장기 매크로 흐름을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도 꾸준히 제기된다.
“구제 프로그램, 결국 부자만 살린다”…워런의 ‘공정성 시험’
워런이 던진 핵심 쟁점은 ‘공정성’이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한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이든, 실제 혜택은 시장 상층부에 있는 거대 보유자와 연결된 ‘잘 연결된 사람들’부터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적 안전망이 필요한 쪽은 일반 투자자와 서민인데, 구조적으로는 크립토 억만장자에게 가장 먼저 이익이 돌아가는 설계라는 비판이다.
워런은 나아가, 당국이 특수 목적 기구를 만들거나 대규모 매입을 보장하는 시그널만 줘도 민심이 들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직자들이 특정 자산군과 그 보유 계층을 보호한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기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규제 공백과 제도권 편입 논쟁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워런의 서한은 단기적으로는 ‘공적 구제 없는 시장’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지만, 동시에 향후 미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 자산과 금융안정 문제를 연결 지을 가능성 자체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변동성 못지않게, 정책 리스크와 정치적 변수도 함께 주시해야 할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