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CEO 폰 르가 바젤 규정상 비트코인에 1,250% 리스크 가중치가 적용돼 은행의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다고 지적했다.
금 0%·상장주식 300% 대비 ‘자본 페널티’가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 미국의 ‘크립토 수도’ 기조와 규제 현실의 괴리가 부각됐다고 전했다.
1250% ‘리스크 가중치’… 은행의 비트코인 익스포저, 바젤 규제에 막히나 / TokenPost.ai
Strategy 최고경영자(CEO) 폰 르(Phong Le)가 국제 은행 자본 규제인 ‘바젤(Basel) 룰’ 하에서 비트코인(BTC) 익스포저에 부과되는 자본 규제 방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처럼 비트코인에 과도한 ‘리스크 가중치’를 매기는 구조가 유지되면, 규제를 받는 은행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사실상 진입할 수 없게 된다는 경고다.
르 CEO가 문제 삼은 계기는 X(구 트위터)에 올라온 한 장의 차트였다. 이 도표는 비트코인을 ‘무담보 암호화폐 익스포저’로 분류하고, ‘예시적 바젤Ⅲ 스타일’ 표준 접근법에서 ‘전형적인 리스크 가중치’를 1,250%로 부여하고 있다. 같은 표에서 현금, 실물 금, 미국 국채 등은 0%로 표시돼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르 CEO는 이 수치가 단순한 예시를 넘어, 실제로 은행의 비트코인 취급 여부를 좌우하는 ‘자본 페널티’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르 CEO는 이 문제를 특정 국가의 정치 논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바젤 협약은 은행 자본 기준과 자산별 리스크 가중치의 글로벌 표준을 정한다. 이 프레임워크가 은행이 디지털 자산, 특히 비트코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본질적으로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젤 규칙은 28개 관할지역의 중앙은행과 규제기관이 참여하는 바젤위원회가 만든다. 미국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규칙이 국내 은행 규제에 그대로 흘러 들어오는 구조를 짚었다.
이와 동시에 르 CEO는 미국 정부가 내세우는 ‘크립토 리더십’ 목표와의 괴리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크립토 수도’가 되길 원한다면, 바젤 자본 규제 적용 방식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암호화폐 산업 주도권을 원한다면서도, 정작 은행이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보유하기 어렵게 만드는 자본 규제를 그대로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제프 월튼(Jeff Walton)은 X에 올린 게시글에서 자산별 리스크 가중치 차이를 직설적으로 요약했다. 그는 “바젤Ⅲ 자산 리스크 가중치: 금 0%, 상장 주식 300%, 비트코인 1,250%”라고 적고, 미국이 진정으로 ‘크립토 수도(crypto capital)’를 지향한다면 “은행 규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리스크가 잘못 가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비교만 보면 비트코인은 상장 주식은 물론 사모주식보다도 몇 배 높은, 사실상 최고 수준의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차트는 자산군별 ‘전형적인’ 리스크 가중치를 사다리 형태로 배치하고 있다. 가장 아래에는 현금 및 중앙은행 예치금이 0%로 표시되고, 그 옆에 실물 금 역시 0%로 분류된다. 미국 국채와 같은 선진국 국채(자국 통화, 자국 은행 기준)도 0% 구간에 포함돼 있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20~75%, 신용등급이 없는 기업 채무는 100%,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은 150%로 범주화돼 있다. 상장 주식은 250~300%, 사모주식은 400% 이상으로 올라가며, 맨 꼭대기에 비트코인의 1,250%가 고립된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콘너 브라운(Conner Brown) 비트코인폴리시인스티튜트(Bitcoin Policy Institute) 전략 책임자는 이 같은 리스크 가중치 구조가 은행의 비트코인 중개를 사실상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정책 오류인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며 “은행은 규제당국이 특정 자산을 얼마나 위험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리스크 가중치’가 높을수록 그 자산을 보유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특히 비트코인에 적용된 1,250% 가중치가 ‘익스포저 1달러당 자기자본 1달러’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규칙은 “은행이 비트코인 익스포저 1달러(약 1,448원)를 취할 때마다 1달러(약 1,448원)의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금은 현금과 동일하게 거의 자본 비용이 들지 않는 자산으로 취급받는다. 즉 비트코인에 대해서만 사실상 ‘100% 자본 적립’이 요구되면서, 규제 은행의 비트코인 보유가 구조적으로 막히는 셈이다.
그는 또 비트코인이 기존 자산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할 이유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브라운은 비트코인이 24시간 365일 거래되고,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보유량을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으며, 발행량이 고정돼 있고, 전 세계 어디로든 빠르게 결제·정산이 가능하며, 가격 형성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특성들은 리스크 관리와 시장 기능 측면에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데, 규제는 이 자산을 극단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분류해 은행이 ‘수탁·결제·중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을 제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라운은 이와 같은 바젤식 비트코인 규제가 은행 재무제표를 넘어, 시장 경쟁 구도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리스크 가중치가 “활동을 비은행기관과 역외(offshore) 관할지역으로 밀어낸다”고 평가했다. 규제권 안에서 은행이 맡아야 할 수탁·중개 기능이 규제 강도가 느슨한 주체들에게 넘어가면서, 오히려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또한 그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미국 은행과 금융기관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유럽이나 아시아 일부 국가가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은행 규제를 조정해 나갈 경우, 미국 내 기관만 비효율적인 자본 규제에 묶여 시장 접점을 넓히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리스크 가중치가 재조정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스스로 ‘크립토 금융 허브’ 자리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6만 7,857달러(약 9,828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주간 차트 기준 200주 지수이동평균(EMA) 위를 지지선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적 지표 측면의 분기점과 더불어, 바젤식 자본 규제와 같은 제도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비트코인 시장은 단순 가격 변동을 넘어 구조적 환경 변화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이번 논쟁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글로벌 은행 자본 규제 체계 속에서 어떻게 위치 지어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비트코인의 리스크 가중치가 재검토될 경우 은행의 시장 진입 통로가 넓어질 수 있지만, 규제 당국이 신중한 접근을 이어간다면 현행 ‘1,250% 장벽’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선택이 내려지든,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규제 설계가 각국 금융센터의 경쟁력과 시장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