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 달러 비트코인 중 400억 달러만 디파이 활용… 롬바르드, ‘스마트 계정’으로 기관 유동화 겨냥
2026/02/12

롬바르드가 규제 수탁계정 내 비트코인을 그대로 둔 채 영수증 토큰 ‘BTC.b’로 온체인 담보화하는 기관용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을 출시한다. 1조4,000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 중 약 400억 달러만 디파이에서 활용되는 가운데, 코인베이스·솔브·파이어블록스 등과 함께 기관 비트코인 수익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조4,000억 달러 비트코인 중 400억 달러만 디파이 활용… 롬바르드, ‘스마트 계정’으로 기관 유동화 겨냥 / TokenPost.ai

1조4,000억 달러 비트코인 중 400억 달러만 디파이 활용… 롬바르드, ‘스마트 계정’으로 기관 유동화 겨냥 / TokenPost.ai

롬바르드, 기관투자자 위한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 출시…수탁 자산 그대로 담보화

비트코인(BTC)을 수탁 계정 밖으로 옮기지 않고도 온체인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가 등장한다. 2024년 설립된 비트코인 인프라 업체 롬바르드(Lombard)가 기관투자자 전용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Bitcoin Smart Accounts)’ 출시를 예고하며, 거대한 ‘잠자고 있는 비트코인’ 유동화 경쟁에 뛰어든다.

이번 분기 론칭 예정인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은, 규제된 수탁기관(qualified custodian)에 예치된 비트코인을 온체인에서 ‘BTC.b’라는 영수증 토큰(receipt token) 형태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다. 비트코인은 기존 수탁계정에 그대로 보관되지만, 온체인에서는 BTC.b를 담보로 디파이(DeFi) 대출·유동성 풀 등 다양한 프로토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산 이동이나 제3자에게 실질적인 통제권을 넘기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담보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롬바르드는 이번 프레임워크의 주요 고객군으로 자산운용사, 기업 재무부, 기타 기관 보유자 등 ‘규제 수탁계정에 비트코인을 넣어둔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겨냥하고 있다. 일부 기관 고객과는 이미 파일럿(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지만, 롬바르드는 아직 구체적인 참여 기관명이나 거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1조4천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 대부분은 여전히 놀고 있다”

비트코인은 채굴 보상 외에는 네이티브 수익(yield)을 제공하지 않는 구조다. 이 때문에, 스테이킹을 통해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분증명(PoS) 네트워크와 비교할 때 ‘놀고 있는 자산’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수탁된 비트코인을 온체인에서 활용하려는 프로토콜들이 늘고 있지만, 규제와 커스터디 요건에 민감한 기관의 참여는 더디게 진행돼 왔다.

롬바르드 공동창업자 제이컵 필립스(Jacob Phillips)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필립스에 따르면,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이미 암호화폐 현물·파생상품 거래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대출·차입의 절반가량도 온체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만은 예외’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필립스는 “현재 약 1조4,000억 달러(약 2,034조 6,2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사실상 방치돼 있고, 이 중 디파이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비중은 400억 달러(약 58조 1,3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온체인에서 활용하려면, 래핑(wrapped BTC) 형태로 바꾸거나 중앙화 서비스로 옮겨야 했고, 이는 기관투자자가 요구하는 ‘수탁 안전성’을 상당 부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며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바로 그 지점”이라고 말했다.

첫 파트너는 모포…“열린 인프라로 더 많은 디파이 연결”

롬바르드는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의 초반 유동성 파트너로 모포(Morpho)를 선택했다. 모포는 기관 친화적인 대출 인프라와 ‘격리형 비트코인 담보 대출(isolated BTC-backed lending)’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필립스는 모포 선정 배경에 대해 “기관의 요구사항에 맞춘 대출 구조와 리스크 관리 프레임이 이미 검증돼 있다”며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은 특정 파트너에 종속된 ‘닫힌 통합(클로즈드 인티그레이션)’이 아니라,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과 수탁기관을 단계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오픈 인프라’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초기에는 모포 중심으로 유동성을 열어두되, 수요가 늘어날수록 추가 온체인 프로토콜과 커스터디 통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롬바르드는 설립 이후 비트코인 특화 온체인 인프라와 토큰화 자산 개발에 집중해왔다. 회사에 따르면, 롬바르드는 이미 LBTC, BTC.b 등 비트코인을 디파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토큰들을 선보이며, ‘비트코인이 수탁 계정 밖으로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온체인 금융에 접속하는 구조를 실험해 왔다.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은 이러한 접근을 기관 시장 전반으로 확장하는 시도에 가깝다.

코인베이스·솔브·파이어블록스…‘비트코인 수익화’ 경쟁 가열

롬바르드의 행보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기관 대상 비트코인 수익화 상품’ 출시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는 5월 1일, 미국 외 기관투자자를 겨냥한 ‘코인베이스 비트코인 일드 펀드(Coinbase Bitcoin Yield Fund)’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보유 비트코인에 연 4~8% 수준의 순수익을 목표로 운용된다.

이어 탈중앙·중앙화·전통 금융을 아우르는 구조화 상품을 내놓은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솔브 프로토콜(Solv Protocol)은 기관투자자 전용 비트코인 구조화 수익 금고 ‘BTC+’를 출시하며, 디파이와 CeFi(중앙화 금융), 전통 시장을 넘나드는 다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BTC+ 전략에는 프로토콜 스테이킹, 베이시스 차익거래(basis arbitrage), 토큰화 실물자산(RWA) 익스포저 등 다양한 수익원 다변화 구조가 포함된다.

기관 인프라 업체 파이어블록스(Fireblocks)도 2월 4일, 비트코인 기반 렌딩 및 수익 상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스택스(STX)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파이어블록스의 기관 고객들은 기존 커스터디 환경 안에서 비트코인 레이어2 생태계에 연결되는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코인베이스, 솔브, 파이어블록스, 롬바르드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비트코인 예치 자산을 어떻게 온체인에서 일하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구도다. 공통점은 ‘규제 수탁·법적 소유권 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디파이의 유동성과 수익 기회를 끌어온다’는 방향성이다.

기관 비트코인, 본격적인 온체인 이동 시작되나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과 유사한 시도들은, 비트코인을 단순 ‘디지털 금’이 아닌 ‘담보 자산’이자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1조 달러를 훌씬 웃도는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부분이 여전히 콜드월렛·수탁계정에서 잠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자산을 온체인 금융으로 끌어오는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수탁 구조 위에 영수증 토큰을 발행해 활용하는 모델은 규제, 법적 소유권, 회계 처리 등에서 각국 감독당국과 추가적인 논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온체인 상의 BTC.b 등 토큰과, 오프체인에 보관된 실제 비트코인 간의 대응 관계, 파산·부도 시 권리 구조 등도 시장이 면밀히 따져볼 지점이다.

그럼에도 롬바르드를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가 비트코인 디파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2026년 이후 기관 보유 비트코인의 일부가 점진적으로 온체인 유동성 풀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스마트 계정이 이 전환의 촉매제가 될지, 혹은 수많은 시도 중 하나로 남을지는, 실제 기관 채택 속도와 규제 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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