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4톤 숨겨둔 금… 중국, 3조4,000억 달러 외환 들고 ‘위안·금·비트코인’ 탈달러 삼각편대 노리나
2026/02/12

중국이 최소 5,000~7,000톤대로 추정되는 금을 조용히 축적하며 달러 의존을 줄이고 위안화를 금과 연동한 기축통화로 띄우려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비트코인·위안화가 달러 패권에 맞서는 삼각 헤지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중국이 실제 금 보유량을 공개하는 시점이 글로벌 통화 질서 변동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294톤 숨겨둔 금… 중국, 3조4,000억 달러 외환 들고 ‘위안·금·비트코인’ 탈달러 삼각편대 노리나 / TokenPost.ai

7,294톤 숨겨둔 금… 중국, 3조4,000억 달러 외환 들고 ‘위안·금·비트코인’ 탈달러 삼각편대 노리나 / TokenPost.ai

중국, 금 ‘조용한 매집’…달러 대신 위안화 기축통화 노리나

중국이 15개월 연속 대규모 금 매입을 이어가며 ‘위안화 기축통화 전략’에 나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달러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금·위안 연동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국제 통화 질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실린 연설에서 “국제 무역과 외환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며, 글로벌 준비통화 지위를 갖는 ‘강한 통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40년대 이후 국제 결제와 원자재 거래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온 미국 달러 대신, 위안화(인민폐)를 새로운 글로벌 기축통화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중국 금 보유, 공식 통계의 두 배 넘을 수도

중국 인민은행은 2025년 말 기준 자국 금 보유고가 2,306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6위 수준이다. 하지만 금 시장 분석가들과 투자은행들은 “실제 보유량은 최소 두 배, 많게는 세 배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14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으며, 2026년 1월에도 추가로 사들이며 기록을 이어갔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도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귀금속 분석가 얀 니우엔하위스(Jan Nieuwenhuijs·머니 메탈스 익스체인지)는 중국이 실제로는 5,411톤가량의 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식 통계의 두 배가 넘는 물량이다. 그는 중국이 국제 금 가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용한 매집’을 택했다고 해석한다.

그는 “은밀한 매입은 인민은행이 보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금을 사들이게 해 ‘같은 돈으로 더 큰 효과’를 누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계 금융그룹 시즈(Syz Group)의 최고투자책임자 샤를-앙리 몽쇼 역시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시장 패닉을 불러올 수 있지만, 금 매수는 조용하고 누적 효과가 크다”며 “중국이 보유 중인 달러를 금으로 바꾸면서 달러 수요를 서서히 줄이고, 실물 자산에 기반한 ‘통화 완충 장치’를 쌓아가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작가이자 금·비트코인 전문가인 도미닉 프리스비(Dominic Frisby)는 “중국의 금 축적은 세계 금융에서 ‘가장 큰 이야기’인데도,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을 7,000톤 안팎으로 추산하면서,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드러난 수치의 세 배, 많게는 열 배에 달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스비는 “양국이 직접적인 갈등 국면으로 치닫게 되면, 중국 역시 미국이 그러하듯 돈(통화)을 ‘전쟁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며, 숨겨둔 금이 그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브레턴우즈 이후 80년…‘금 없이도 통한다’는 착각

중국의 ‘금·위안 연동’ 구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달러가 어떻게 세계 기축통화가 됐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서 44개 연합국은 각국 통화를 미국 달러에 고정하고, 달러를 온스당 35달러(약 5만 800원)로 금과 교환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사실상 ‘달러=금’ 구도를 만들어, 각국은 달러를 금의 대리인으로 사용했고 미국은 국제 결제를 금으로 정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베트남전쟁 등으로 막대한 재정지출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보유 금보다 많은 달러를 찍어냈다. 금태환 요구가 늘자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금 태환을 중단했고, 이로써 ‘금 본위제’는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달러 패권은 유지됐다. 미국 경제 규모와 군사력, 그리고 포트 녹스에 쌓여 있다고 주장되는 8,133톤의 금 보유량 덕분이다. 프리스비는 “사람들이 아직도 ‘달러 어딘가에는 금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아무 실물 자산이 없어도 통화가 통용되는 것”이라며 이를 ‘머니 일루전(돈의 착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만약 어느 날 중국이 나서서 ‘우리는 지금까지 공개한 것보다 다섯 배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다면, 중국 통화에는 미국과 맞먹는 실질적 뒷받침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프리스비는 한때 중국의 잠재 보유량을 최대 1만6,000톤까지 추정했다가, 이후 약 7,000톤 수준으로 조정했다.

문제는 중국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금을 쥐고 있느냐다. 공식 통계의 신뢰성이 낮은 만큼, 시장은 생산량·수입량·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퍼즐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 보유, 최소 2배” 생산·수입·거래량이 말해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조 7,000억 달러(약 3경 200조 원), 미국은 31조 8,000억 달러(약 4경 6,2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단순히 경제 규모 비율을 적용하면, 중국은 미국 금 보유량(8,133톤)의 약 65%인 5,300톤 정도를 갖고 있어야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 정부가 신고한 수치의 두 배에 가깝다.

호주 ANZ은행 애널리스트들도 중국의 금 보유량을 5,500톤 수준으로 추산하며, 국가 단위 금 보유고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려놓는다.

이 같은 추정치는 생산·수입 데이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2007년 이후 줄곧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다. 프리스비의 블로그 ‘더 플라잉 프리스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중국이 생산한 금은 4,811톤에 이른다. 2024년 한 해에만 380톤(전 세계 생산량의 10%)을 채굴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국영 광산에서 나왔다.

여기에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수입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약 1,225톤의 금을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에서 들여왔다. 홍콩을 경유한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유입량은 더 많을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지표는 상하이금거래소(SGE) 출고량이다. 2015년 이후 SGE에서 인출된 금은 연평균 1,800톤에 이른다. 이는 비공식·민간 영역을 포함한 중국 내 금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프리스비는 2007년 이후 SGE를 통해 흘러간 금이 총 2만3,250톤, 런던에 숨겨진 미공개 금괴가 2,500톤, 국내 광산·보석류 등으로 쌓인 금이 4,000톤 정도라고 보고, 이 가운데 약 23%가 인민은행 소유라고 가정해 중국 정부의 실제 보유량을 7,294톤으로 계산했다.

왜 지금 ‘진짜 숫자’를 공개하지 않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금 보유 실태를 숨기는 이유를 ‘전략 완성 전까지는 일부러 베일을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 니우엔하위스는 “중국 인민은행은 자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달러 의존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실제 금 보유고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중국의 ‘독립 선언’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25년 12월 기준 3조 4,000억 달러(약 4,93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상당 부분이 여전히 달러 자산, 특히 미국 국채에 묶여 있다. 니우엔하위스는 “하나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더 이상 달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하는 순간, 인민은행이 진짜 금 보유량을 공개하는 것”이라며 “그 시점에는 무역과 외환보유를 비달러 통화와 금으로 분산하는 구조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나리오는 ‘위기 대응 카드’다. 그는 “만약 위안화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인민은행이 보유 금을 공개해 ‘위안화는 금으로 1대1까지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가 한때 금 태환을 약속함으로써 세계 통화 질서를 장악했듯, 중국이 금을 신뢰 회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프 커리(Jeff Currie) 칼라일(Carlyle) 에너지 패스웨이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금 매입은 ‘디달러라이제이션(탈달러화)’ 전략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다만 브릭스(BRICS) 차원의 공동 금본위 통화를 단기간에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해, 당분간은 중국이 단독으로 금·위안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더 크다.

“비트코인·금·은 챙겨라” 쏟아지는 ‘헤지 자산’ 경고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금과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대체 자산을 비축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와 프리스비 등은 수년째 금과 비트코인 매수를 공개적으로 권하고 있다. 기요사키는 최근 이더리움(ETH)까지 추천 목록에 올리며, 전통 통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프리스비는 “정부 통제가 없는 두 가지 돈, 바로 금과 비트코인을 가능한 한 많이 축적하라고 꾸준히 말해왔다”며 “둘 다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금은 자연이 만든 돈이고, 비트코인은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만든 돈”이라며 “둘 다 그 존재 자체가 ‘돈’이며, 누구의 약속에도 의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화폐 가치 희석(debasement)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본다. 정부 부채 급증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과 공급이 제한된 디지털 자산으로 피신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트코인은 1년 전보다 3분의 1가량 하락한 6만 8,423달러(약 9,932만 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2016년 이후로는 여전히 1만 6,500%나 오른 상태다. 변동성은 크지만, 법정통화 리스크에 대한 ‘보험’ 성격의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프리스비는 “그래서 나는 금과 비트코인 둘 다를 권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달러 패권 균열…위안·금·비트코인 삼각 구도 부상하나

중국의 금 매집과 탈달러 전략은 당장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뒤흔들 만큼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쌓인 신뢰와 네트워크 효과가 워낙 두텁기 때문이다. 다만 금 보유고 확대, 비달러 결제망 구축, 디지털 위안화 실험 등이 겹치면서 장기적으로 ‘다극 통화 체제’로의 이행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금과 비트코인, 그리고 위안화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달러 리스크를 헤지하는 ‘삼각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은 중앙은행과 국가 차원의 준비자산, 비트코인은 개인과 기관의 비정부 통화 헤지 수단, 위안화는 실물 무역과 에너지·원자재 결제에서 달러를 대체하는 역할을 나눠 맡는 구도다.

결국 관건은 중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짜 금 숫자’를 꺼내들지다. 그 순간이 곧, 글로벌 통화 질서가 한 번 크게 요동칠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인민은행의 금 통계 한 줄이 전 세계 외환·채권·암호화폐 시장을 동시에 뒤흔들 잠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