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프로토콜 스파크가 ‘스파크 프라임’과 ‘스파크 인스티튜셔널 렌딩’을 출시해 TVL 52억4,000만달러 규모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전통 금융권 기관 대출 시장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페이팔과의 협업으로 쌓은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수억~수십억달러 규모 기관 자금 유입을 노리며, 온체인 포트폴리오 전면 공개와 규제 수탁 구조를 내세워 ‘기관형 디파이’ 모델을 지향한다.
1억5,000만달러 기관 대출 커밋… 스파크,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전통 신용시장에 연다 / TokenPost.ai
스파크,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기관 대출 플랫폼 출시…‘온체인 유동성-전통 신용시장’ 잇는다
스파크(Spark)가 디파이(DeFi)에서 쌓은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기관 신용시장으로 본격 연결하는 상품군을 선보였다. 자체 풀에 쌓인 스테이블코인을 ‘기관 대출’로 전환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전통 금융기관이 디파이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도 온체인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파크는 11일(현지시간) 기관 대상 서비스 ‘스파크 프라임(Spark Prime)’과 ‘스파크 인스티튜셔널 렌딩(Spark Institutional Lending)’ 출시를 발표했다. 스파크는 탈중앙화 자산 운용 프로토콜로, 핵심 기여 개발사인 피닉스 랩스(Phoenix Labs)가 과거 메이커다오(MakerDAO)의 스테이블코인 및 리스크 아키텍처 설계에 참여했던 팀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새로 출시된 상품군의 목적은 명확하다. 기관이 직접 디파이 인프라를 운영하거나 스마트컨트랙트를 다루지 않아도, 스테이블코인 대출과 온체인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중간 계층’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파크는 이를 통해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전통 신용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스파크 프라임은 마진 거래 형태의 대출과 거래소 외 결제(off‑exchange settlement)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스파크의 유동성 엔진을 기반으로, 고객이 담보를 예치한 뒤 스테이블코인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중앙화 거래소에 직접 자산을 보내지 않고도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스파크 인스티튜셔널 렌딩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전통 금융 구조에 가까운 모델로, 스파크 거버넌스로 운영되는 시장을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과 같은 규제 승인 수탁기관과 연결해, 기관 고객이 담보를 규제 환경 안에서 보관한 채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파크에 따르면 스파크 프라임의 초기 론칭 파트너로는 엣지 캐피털(Edge Capital), M1, 하드코어 랩스(Hardcore Labs) 등이 이름을 올렸다. 피닉스 랩스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샘 맥퍼슨(Sam MacPherson)은 코인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기관 대출 부문은 이미 약 1억 5,000만 달러(약 2,178억 원) 규모의 커밋먼트를 확보했다”며 “향후 몇 개월 동안 수십억 달러 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스파크 프라임은 상대적으로 작은 약 1,500만 달러(약 218억 원) 규모로 출발해, 향후 ‘핵심 안전장치’가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코인베이스·페이팔 유동성 파트너십에 ‘의존’한 성장세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 Llama)에 따르면, 현재 스파크에 예치된 총예치금(TVL)은 약 52억 4,000만 달러(약 7조 6,066억 원) 수준이다. 이는 2025년 11월 기록한 약 92억 달러(약 13조 3,591억 원) 고점 대비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디파이 머니마켓(대출) 플랫폼 가운데서는 상위권 자산 규모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에이브(AAVE)의 TVL은 현재 약 270억 달러(약 39조 2,067억 원)로, 디파이 대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기관 대출 특화 프로토콜 메이플(Maple)의 TVL은 약 21억 달러(약 3조 528억 원) 수준이다.
스파크의 성장 배경에는 코인베이스와 페이팔이라는 대형 플레이어와의 협업이 자리하고 있다. 스파크는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BTC) 담보 대출 시장(모르포(Morpho) 기반)에 필요한 USDC 유동성의 80% 이상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출시 후 첫 석 달 동안 약 5억 달러(약 7,261억 원) 규모의 신규 대출 성장을 견인했으며, 온체인 대시보드에 따르면 스파크 관련 볼트는 현재까지 이 시장에 총 6억 달러(약 8,713억 원)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집계된다.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PYUSD 프로그램에서도 스파크의 유동성이 핵심 역할을 했다. 페이팔은 PYUSD와 기타 스테이블코인의 온체인 유동성을 두껍게 쌓기 위해 스파크 거버넌스로 운용되는 약 5억 달러(약 7,261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활용했다. 이 자금은 디파이 풀에 공급돼 PYUSD 거래 페어의 깊이를 확보하고, 다른 주요 스테이블코인과의 교환 비용을 낮추는 데 투입됐다. 스파크 입장에서는 대형 결제사와 거래소의 브랜드를 활용해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운용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스파크가 코인베이스, 페이팔과 쌓은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이번 스파크 프라임과 기관 대출 상품을 통해 전통 금융권으로까지 고객층을 넓히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검증된 대형 파트너들과의 거래 구조를 벤치마킹해, 은행·자산운용사·헤지펀드 등으로 스테이블코인 대출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디파이 TVL, 가격 하락 속에서도 상대적 ‘선방’
이번 출시 소식은 최근 시장 조정 국면 속에서도 디파이 섹터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디파이라마 집계 기준 전체 디파이 TVL은 현재 약 965억 2,000만 달러(약 140조 2,476억 원) 수준으로, 1월 말 약 1,200억 달러(약 174조 2,520억 원)에서 약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과 주요 코인 가격 낙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흐름이다.
1월 말 약 8만 9,000달러(약 1억 2,917만 원) 선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기사 작성 시점(수요일) 기준 약 6만 6,800달러(약 9,702만 원)까지 떨어지며 약 25% 하락했다. 이더리움(ETH)은 같은 기간 약 3,000달러(약 4,356만 원)에서 약 1,950달러(약 2,834만 원) 수준으로 내려앉아, 낙폭이 약 35%에 달했다. 가격 조정이 컸음에도 디파이 프로토콜에 잠긴 자산은 상대적으로 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디파이 플랫폼이 단순 투기 수단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대출·수익 상품 인프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담보 기반 대출 수요와 파생상품 거래 수요가 함께 움직이면서, 디파이 머니마켓의 활용도 역시 유지되거나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온체인 포트폴리오 전면 공개…기관이 직접 ‘언더라이팅’ 가능”
샘 맥퍼슨은 스파크 모델의 강점으로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파크의 장점 중 하나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전체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관 투자자는 스스로 한도를 정하고, 내부 리스크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에서 대출을 집행할 때 이뤄지는 ‘언더라이팅(심사·리스크 평가)’ 과정을, 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해 기관이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다수가 불투명한 오프체인 담보,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와 얽히면서 신용 리스크 논란에 휘말렸던 과거 사례들을 고려하면, 스파크의 ‘온체인 전면 공개’ 전략은 기관 유입을 노린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디파이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규제 수탁기관과 연계한 담보 보관·투명한 포트폴리오 공개·온체인 리스크 관리 구조를 앞세우면, 규제 친화적인 ‘기관형 디파이’ 모델로 자리잡을 여지도 크다.
다만 스파크 역시 코인베이스, 페이팔 등 소수 대형 파트너와의 유동성 거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트너사 전략 변화나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 경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수십억 달러 규모로의 기관 대출 확대 과정에서 신용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시장 평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종합하면, 스파크 프라임과 스파크 인스티튜셔널 렌딩 출시는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이 전통 금융 기관 대출 시장으로 본격 흘러들어가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디파이 TVL이 가격 조정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스파크가 투명한 온체인 포트폴리오와 규제 친화적 수탁 구조를 앞세워 ‘기관형 디파이’의 대표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