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달러 증발… 강남경찰서 콜드월렛서 비트코인 22개 ‘감쪽’
2026/02/15

강남경찰서가 압수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22개(약 150만 달러)가 콜드월렛에서 사라진 사실이 전국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선 광주지검 320BTC 유출과 함께 수사기관의 암호화폐 보관·키 관리 체계 전반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대법원은 거래소 내 비트코인도 형사절차상 압류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150만 달러 증발… 강남경찰서 콜드월렛서 비트코인 22개 ‘감쪽’ / TokenPost.ai

150만 달러 증발… 강남경찰서 콜드월렛서 비트코인 22개 ‘감쪽’ / TokenPost.ai

서울 강남 경찰서가 압수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BTC) 22개가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수사기관의 디지털 자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광주지검에서 비트코인 320개 분실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추가 관리 부실이 확인되면서, 당국의 암호화폐 수탁·보관 체계가 근본적인 재점검 국면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사라진 비트코인 22개는 2021년 수사 과정에서 압수돼 강남경찰서 콜드월렛(인터넷과 분리된 오프라인 지갑)에 보관 중이던 물량이다. 현재 시세 기준 약 150만 달러(약 21억 7,200만 원) 규모로, 최근 전국 단위 디지털 자산 보관 실태 점검 과정에서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콜드월렛 자체가 도난당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서 해당 비트코인이 외부 지갑으로 ‘전송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이동 경로와 관련자 파악에 나섰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갑 접근 권한이 노출됐는지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는 2025년 8월 발생한 광주지검 비트코인 320개 분실 사고다. 당시 광주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비트코인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압수·몰수 암호화폐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강남경찰서 보관 물량 중 22개가 비어 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광주지검 사건의 경우 피싱 공격을 통해 지갑 비밀번호가 유출됐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었다.

강남경찰서 보관 22BTC, 수사 중 사건 ‘미제’로

보도에 따르면 강남경찰서에 문제의 비트코인 22개는 2021년 11월 한 사건 관련자 측이 ‘임의 제출’ 형식으로 넘긴 자산이다. 이후 해당 사건은 압수 물증인 비트코인을 전제로 수사가 진행됐으나, 이번 감사에서 해당 물량이 보관 목록과 실제 지갑 잔액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재 경기북부경찰청이 사건을 넘겨받아, 비트코인이 외부로 전송된 시점과 경로, 내부 접근 주체 등을 추적하고 있다. 내부자 소행 가능성과 외부 해킹·사회공학 공격 등 복수 시나리오를 모두 열어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비트코인 분실 사고가 단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수사기관 전반의 디지털 자산 관리 체계가 기축통화 수준의 고가 자산을 다루기엔 턱없이 미흡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실물 현금이나 금괴와 달리, 비트코인은 한번 잘못 전송되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고, 지갑 키 관리 실패가 곧바로 자산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국 감사로 드러난 디지털 자산 보관 허점

국가수사본부와 검찰은 광주지검 사건 이후 전국 수사기관이 보관 중인 암호화폐 현황과 보안 수준을 점검하는 전수 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강남경찰서 비트코인 22개가 명목상 ‘보관 중’으로 기록돼 있으나, 실제 콜드월렛에는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콜드월렛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핫월렛(온라인 지갑)에 비해 상당한 보안 수준을 확보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 사례는 ‘지갑 형태’보다 지갑 키 관리와 권한 통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정 인원에게 비밀번호나 복구키가 집중되거나, 내부 통제가 느슨하면 콜드월렛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한편,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으로 압수한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할 것이 아니라, 규제에 맞는 외부 수탁사나 공공기관 전담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른 최근 몇 년 사이, 같은 수량이라도 자산 규모가 수 배 이상 커진 만큼 보관 사고가 미치는 파급력도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거래소 내 비트코인, 형사절차상 압류 대상”

관리 부실 논란과 별개로, 한국 사법부는 최근 비트코인을 전통 금융자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6년 1월, 대법원은 국내 중앙화 거래소에 예치된 비트코인이 형사소송법상 ‘압류 대상 물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비트코인이 독립적으로 관리·양도가 가능하고, 교환성과 경제적 가치를 모두 갖춘 전자정보라는 점을 들어, 형사 절차에서 몰수·추징 등을 위한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로써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계정에 대해 거래소를 통해 직접 동결·압류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이 판결은 한편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거래소에 보관 중인 비트코인이 범죄 연루 의심만으로도 장기간 동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범죄 수익 환수 강화라는 명분 아래, 가상자산에 대한 사법·행정기관의 개입 여지는 더욱 넓어지는 흐름이다.

다만, 대법원이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정의하고 형사절차 내 지위를 부여한 만큼, 수사기관의 보관·관리 의무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강남경찰서 비트코인 22개 분실 사건과 광주지검 320개 유출 사건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연이은 비트코인 분실 사고와 대법원 판결은, 한국이 ‘디지털 자산 선진 규제국’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가를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압수·몰수 권한 강화와 함께, 콜드월렛 운영 기준, 키 관리 프로세스, 외부 감사 의무 등 디지털 자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비트코인 시장 신뢰도는 물론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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