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분석] 제인 스트리트는 정말 비트코인 가격을 억누르고 있었나
2026/03/02

테라폼랩스 내부거래 소송 이후 불붙은 '오전 10시 덤프' 논란, ETF AP 구조의 구조적 문제까지

 [토큰분석] 제인 스트리트는 정말 비트코인 가격을 억누르고 있었나

비트코인이 15만 달러를 넘어야 할 시점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미국 현물 시장이 열리는 동부 시간 오전 10시마다 비트코인은 수 분 만에 2~3%씩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크립토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이 기묘한 현상의 배후로 월가 최대 고빈도 트레이딩(HFT) 기업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가 지목됐다. 블랙록 비트코인 ETF(IBIT)에 약 25억 달러 이상의 포지션을 보유한 제인 스트리트가 유동성이 얇은 시간대를 이용해 가격을 조작하고,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거둔다는 의혹이다.

이 음모론은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기엔 배경이 만만치 않다. 2026년 2월 23일, 테라폼랩스 파산 관리인 토드 스나이더(Todd Snyder)가 제인 스트리트를 내부거래 혐의로 맨해튼 연방법원에 고소하면서 논란은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소송 직후 제인 스트리트는 X(구 트위터) 계정의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고,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0% 급등하며 시가총액에 약 1,200억 달러가 추가됐다.

테라폼랩스 소송: '10분의 시차'가 드러낸 의혹

소송의 핵심은 2022년 5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테라폼랩스는 디파이 플랫폼 커브3풀(Curve3pool)에서 1억 5,000만 테라(UST)를 비공개로 인출했다. 그로부터 불과 10분 뒤, 제인 스트리트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이 같은 풀에서 8,500만 UST를 추가 인출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는 제인 스트리트 역사상 단일 최대 규모의 스왑이었으며, 이 거래가 UST의 달러 페그 이탈을 촉발해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테라 생태계 붕괴를 가속화했다.

스나이더 관리인은 제인 스트리트가 전 테라폼랩스 인턴 출신 직원 브라이스 프랫(Bryce Pratt)을 통해 비공개 정보를 획득했다고 주장한다. 프랫은 테라폼 출신 동료들과 'Bryces Secret'이라는 비밀 그룹 채팅방을 운영하며 내부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소장은 제인 스트리트 공동 창업자 로버트 그라니에리(Robert Granieri)와 직원 마이클 황(Michael Huang)도 피고로 명시하고 있다.

제인 스트리트 측은 이번 소송을 "절박하고 근거 없는 돈 뜯기 시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테라·루나 투자자들의 손실은 테라폼랩스 경영진의 수십억 달러 규모 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테라폼 창업자 도권(Do Kwon)은 형사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15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테라폼은 SEC에 44억 7,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덤프': 음모론인가, 구조적 현상인가

소송과 별도로,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의혹이 있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초까지 미국 현물 시장 개장 시점인 오전 10시(ET)에 비트코인이 거의 매일 2~3% 급락했다는 것이다. 크립토 트레이더 @WhaleFactor 등은 제인 스트리트의 블랙록 IBIT ETF 내 대규모 포지션(13F 보고서 기준 약 7억 9,000만 달러 이상)을 근거로, 유동성 스윕을 통한 의도적 가격 하락 후 할인가 ETF 매집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제인 스트리트는 IBIT의 공인참여자(Authorized Participant, AP) 4곳 중 하나로, ETF 주식의 생성과 환매를 통해 비트코인을 직접 이동시킬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위는 단순한 보유를 넘어 공급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힘을 의미한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를 통해 유동성이 얇은 시간대에 가격을 움직이고, 청산을 유발하며, SEC의 감시를 벗어난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소송이 공개된 직후 이 '10시 덤프' 패턴이 사라졌다는 트레이더들의 관찰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도 소셜미디어에서 이 현상에 주목하며 "부기맨이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소송 소식이 전해진 날 비트코인은 오전 거래 세션에서 10% 상승하며 5주 연속 음봉 기록을 끊었다.

전문가 분석: "제인 스트리트가 아닌 ETF 구조가 문제"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은 음모론과 사뭇 다른 결론을 내린다. 비트와이즈 자문위원이자 프로캡 CIO인 제프 파크(Jeff Park)는 2월 25일 X에 올린 장문의 분석에서, 이 문제의 본질은 제인 스트리트 한 기업이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구조적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파크에 따르면, IBIT의 AP 명단에는 제인 스트리트 외에도 JP모건, 매쿼리, 버투 아메리카스, 골드만삭스, 시타델 시큐리티즈, 시티그룹, UBS, ABN AMRO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모두 동일한 규제 체계 하에서 동일한 면제 혜택을 받으며 활동한다. 핵심은 SEC의 규정 SHO(Regulation SHO) 하에서 AP들이 일반 공매도자와 달리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ETF 주식을 생성할 수 있고, 차입 비용도 없으며, 포지션 청산 기한에 대한 엄격한 제한도 없다는 점이다.

"어떤 AP도 명시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억누르지 않는다. AP 구조가 억누를 수 있는 것은 가격 발견 메커니즘의 무결성 자체다. 이 둘은 같은 것이 아니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 제프 파크, 프로캡 CIO / 비트와이즈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