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국토안보·정부사무위원회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이란 연계 테러 조직의 자금세탁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과거 43억 달러 벌금 이후에도 17억 달러 규모의 의심 자금 흐름 보도가 나오자 “사실관계 왜곡”이라며 반박했다고 밝혔다.
99억 달러 거래량 바이낸스…미 상원, ‘이란 자금세탁’ 의혹 조사 착수 / TokenPost.ai
미 상원 국토안보·정부사무위원회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겨냥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란과 연계된 테러 조직이 바이낸스 플랫폼을 통해 자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핵심으로, 상원은 내부 기록과 거래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번 조사는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토안보·정부사무위원회가 주도한다. 위원회는 바이낸스가 ‘제재 대상’ 주체와 테러 조직의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데 반복적으로 실패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란 관련 네트워크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날 기준 거래량이 99억달러(약 14조659억원)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멘탈(코네티컷) 상원의원은 25일(현지시간) 서한에서 “바이낸스의 이란 자금세탁 관여 의혹과, 제재 대상 기관·테러 조직·범죄 행위자의 불법 이용을 막지 못한 반복적 실패와 관련된 기록과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블루멘탈은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PSI)’ 간사(야당 측 핵심 직책)로, 사실상 조사 실무를 이끄는 인물이다.
헥사 웨일·블레스드 트러스트, ‘중개자’ 의혹
이번 상원 조사는 최근 복수의 외신 보도 직후 본격화됐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내부 경고를 알고도 제재 대상 주체가 플랫폼을 통해 약 20억달러(약 2조8,42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세탁하는 것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조사 문건은 바이낸스의 파트너로 거론된 ‘헥사 웨일(Hexa Whale)’과 ‘블레스드 트러스트(Blessed Trust)’를 지목한다. 이들이 이란 정부 관련 기관을 대신해 자금 이동을 ‘중개’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제재 회피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거래소 내부 통제망을 비껴갔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번 조사의 근거로는 포춘,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가 언급됐다. 이들 매체는 익명 소식통과 내부 문서를 인용해 바이낸스가 과거 제재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제재 대상 주체 유입을 차단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정황을 전했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바이낸스는 2023년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체계가 미흡했다는 혐의로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창펑 자오(Changpeng Zhao)와 함께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바이낸스는 43억달러(약 6조1,103억원)의 벌금을 납부했고, 준법감시 이행을 점검하는 2명의 독립 모니터(감독관) 체제를 수용했다. 자오는 CEO에서 물러난 뒤 2024년 4개월간 복역했다.
그런데도 2024년 3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바이낸스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팀이 이란 지원 조직으로 흘러간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 배후 조직에 자금이 유입됐을 수 있으며, 해당 기간 문제가 된 규모가 17억달러(약 2조4,157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보도는 또 이 흐름을 밝힌 준법감시팀이 이후 해고됐다고 전했다.
블루멘탈은 서한에서 “바이낸스는 ‘상습 위반자’”라며 “이란 정권과 테러 대리세력이 국제 제재, 자금세탁방지 통제, 각종 금융 제한을 우회하는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바이낸스의 암호화폐 플랫폼을 이용해 왔다는 점을 바이낸스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미국 정치권의 또 다른 공방 소재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크립토 연계성을 공격해 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자오에 대한 사면과 트럼프 일가의 크립토 사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을 함께 거론하며 “책임 회피와 백악관 영향력 행사”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자오를 사면했으며, 자오는 2월 트럼프 일가 행사인 월드 리버티 포럼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바이낸스와 자오는 사면이 트럼프 일가 사업과의 협력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바이낸스 “사실관계 왜곡…WSJ 보도는 허위”
바이낸스는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회사는 2월 22일 성명을 통해 “바이낸스의 제재 준수 관련 최근 보도는 불완전하고 왜곡된 설명에 기대고 있으며, 모든 사실과 전체 조사 기록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이용자에 대해 언급하거나 진행 중인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따랐던 절차를 설명하고 명백한 부정확성을 바로잡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를 대리하는 로펌 위더스 버그만(Withers Bergman LLP)도 2월 24일 WSJ 보도에 대해 “독자에게 ‘거짓’이며, ‘심각하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의뢰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상원 조사가 본격화되면 바이낸스의 제재 준수 체계, 내부 통제 라인, 파트너사 관리 실태 등이 재차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과거 대규모 벌금과 감독 체제를 수용한 뒤에도 유사 의혹이 반복 제기된 만큼, 이번 사안은 글로벌 거래소의 ‘컴플라이언스 신뢰’가 실제로 회복됐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