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UAE 왕실 자본과 현직 대통령 측 자금이 얽힌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전미 신탁은행 인가를 두고 시스템 리스크와 정치·외국 자본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백악관은 스테이블코인 보유 이자 지급을 제한하는 리워드 규제안을 조율하는 한편, 비트코인 채굴사는 30GW 규모 AI 데이터센터 전력 투자로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5억 달러 UAE 자본·30GW AI 전력…현직 대통령 연계 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 채굴, 미국 규제 ‘삼각 파고’ / TokenPost.ai
미 하원 민주당, 트럼프 연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은행 인가에 제동…UAE 지분·시스템 리스크 경고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측과 연관된 디지털 자산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WLFI)’의 전미 신탁은행 인가 추진을 두고 재무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왕실 인사가 약 5억 달러(약 7,253억 원)를 투입해 회사 지분 절반 가까이를 조용히 확보한 정황과, 이 중 1억 8,700만 달러(약 2,713억 원)가 트럼프 주변으로 흘러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외국 자본·스테이블코인’이 얽힌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 41명은 20일(현지시간) 서한을 통해 스콧 베슨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에게 WLFI의 전미 신탁은행 인가 심사 과정을 둘러싼 우려를 공식 전달했다. 서한에는 외국 정부 관계자나 정치적으로 연계된 투자자가 은행 인가 절차를 활용해 미국 금융시스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이를 막기 위한 구체적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의원들은 특히 통화감독청(OCC)이 심사 중인 WLFI의 은행 인가와 관련해 세 가지를 문제 삼았다. 첫째, 디지털 자산 신탁 구조와 달러 기반 토큰(스테이블코인) 발행이라는 실험적 모델이 유동성·위기 정리(해산) 메커니즘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 UAE 왕실 인사가 ‘조용한 거래’ 방식으로 거의 절반의 지분을 확보한 외국인 지배구조 이슈, 셋째,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된 자금 흐름이 인가 심사 과정에 정치적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WLFI가 추진하는 디지털 자산 신탁 구조와 미검증된 유동성·정리 체계, 그리고 외국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가 결합한 상황은 “규제당국이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약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가 특정 정치 세력과 외국 자본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뤄질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중립성과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 문제 제기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쟁이 정치권 전면 이슈로 올라온 가운데 나왔다. 민주당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미칠 파급효과를 강조하며 신중론을 펴고 있고, 공화당은 혁신과 경쟁력 확보를 내세워 보다 우호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LFI는 이런 정치 구도 한복판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과의 자금 연관성까지 더해지며 규제·정치 리스크가 집약된 상징적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백악관,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제한 카드…은행·크립토 3차 회동서 갈등 조율
백악관은 별도로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 입법 협상에서도 보다 세부적인 규제 틀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세마포(Semafor)의 엘리너 뮐러와 기자 엘리너 테러트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은행 및 크립토 업계 로비스트와의 세 번째 회동에서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에 대한 이자·보상 지급 방식, 이른바 ‘리워드 구조’에 논의를 집중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에서 백악관 암호화폐 정책 자문 패트릭 위트(Patrick Witt)는, 스테이블코인 보상은 잔고 규모가 아니라 거래 및 활동에 연동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재차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지는 카드 캐시백처럼 일정 거래 행위에 따른 리워드는 허용하되, 예금처럼 스테이블코인 단순 보유에 이자를 붙이는 구조는 사실상 봉쇄하자는 방향이다. 은행권이 가장 경계해온 부분이 바로 ‘예금 대체형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회동에서도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업계는 대화의 온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리플(Ripple) 최고 법무책임자 스튜어트 알데로티는 “구체적인 문구를 놓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논의했다”고 평가했고, 코인베이스(Coinbase) 최고 법무책임자 폴 그레왈 역시 회동을 “건설적이고 협조적인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는 상원이 추진 중인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과 맞물려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감독기관의 역할 분담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보상 구조에 대한 기본 틀을 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은행권과 크립토 업계의 입장 차가 크고, 특히 ‘보유 잔고에 대한 리워드 제한’ 문구를 두고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법안 처리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직접 나서 협상의 초점을 세부 조항으로 좁히고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는 ‘부분적 타협’ 형태의 규제 틀이 마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규제 강도가 높게 설정될 경우, 미국이 스테이블코인·디파이(DeF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 채굴사, 30GW ‘AI 전력’ 베팅…채산성 압박 속 사업 구조 대전환
한편 비트코인(BTC) 채굴 기업들은 전 세계적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에너지 전문 매체 더에너지매그(TheEnergyMag)가 14개 상장 비트코인 채굴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계획 중인 AI 워크로드용 신규 전력 용량은 약 30GW에 달한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11GW의 거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다.
더에너지매그는 이 같은 확장 계획을 두고 “작은 국가 하나에 해당하는 전력 인프라”라고 표현했다. 다만 30GW가 모두 실제 가동 중인 설비는 아니며, 상당 부분은 아직 개발 파이프라인 단계거나 계통 연계 대기, 혹은 초기 계획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즉, 비트코인 채굴사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로의 전환을 야심차게 준비 중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인허가·전력망 수용성·자본 조달 등 변수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대전환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해시프라이스(hashprice·채굴 수익성 지표)’ 약세가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와 난이도 상승, 전력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전통적인 채굴 사업만으로는 상장사로서 요구되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채굴 인프라를 활용해 AI·고성능 컴퓨팅(HPC) 수요를 흡수하고, GPU·데이터센터 호스팅 사업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 업계 전반의 생존 해법으로 떠오른 셈이다.
더에너지매그는 이를 “AI 붐이 불러온 메가와트 단위의 군비 경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실제 수익화 여부는 AI 수요가 현재와 같은 고성장 궤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만약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을 경우, 초대형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설비를 떠안은 채굴사들이 다시 한 번 투자 회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결국 미국 크립토 시장은 정치·규제·산업 구조 삼각 파고를 동시에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 은행 인가 논란은 디지털 달러 토큰이 정치화될 경우의 리스크를 드러내고 있고, 백악관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협상은 제도권 편입의 대가로 ‘금융상품화’를 얼마나 허용할지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 채굴사들의 30GW급 AI 전력 베팅은, 채굴 산업이 더 이상 비트코인 가격에만 기대기 어려운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향후 미국 규제·정책 결정과 AI 인프라 투자 사이의 균형이 어떻게 맞춰지느냐에 따라,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생태계의 성장 경로는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투자자와 업계 모두 단기 가격 변동보다, 정책 방향과 산업 재편 흐름을 함께 읽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