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기술주가 과열 국면에 들어가면 조정을 거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로테이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장기 보유자 비중 확대와 규제·스테이블코인·AI 성장주의 자본 경쟁 속에서 비트코인이 횡보 끝 다음 사이클을 준비 중이라고 진단했다.
46% 조정 비트코인… AI 버블 꺼지면 엔비디아 자금 어디로 갈까 / TokenPost.ai
비트코인(BTC)이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가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는 시점에 다음 상승 랠리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열풍이 식으면서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게 될 경우, 가격 조정을 겪고 있는 비트코인이 그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AI 버블 정점 이후, 자금 재배치의 수혜株는 비트코인?
거시경제 분석가 린 올든(Lyn Alden)은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코인 스토리스(Coin Stories)’ 팟캐스트에서 “AI 관련 주식들이 언젠가는 꼭대기를 찍고, 너무 ‘말도 안 되게 커져서’ 더 이상 현실적으로 오르기 어려운 구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추가 상승 논리가 약해지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더 커 보이는 자산으로 갈아타는 ‘로테이션’이 반복돼 왔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 6,100달러(약 18억 2,716만 원) 대비 현재 약 46% 하락한 상태다. 올든은 이 조정 구간에 있는 비트코인이, 향후 AI 버블이 정점을 찍을 경우 그 자금 이동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종목’ 엔비디아, 성장 피로감 논란
AI 투자 열풍의 중심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NVDA)가 자리 잡고 있다. 알비온파이낸셜그룹 최고투자책임자 제이슨 웨어(Jason Ware)는 최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좋은 분기를 낼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 실적이 현재 주가 수준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좋은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웨어는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구축에서 가장 집중된, 가장 명백한 승자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이 성장세가 주가를 더 끌어올릴 만큼 계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구글 파이낸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12개월 동안 약 35.48% 상승했다. 웨어는 엔비디아를 두고 “아마도 미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자 가장 중요한 종목”이라고까지 평가했다.
AI 종목 쏠림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비트코인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본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비트코인 개발자 마크 카랄로(Mark Carallo)는 “투자자들의 AI 관심 급등으로 비트코인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본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큰 자금 아닌 ‘조금의 신규 수요’면 충분”
다만 올든은 비트코인이 상승 추세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신규 자금 규모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아주 작은 ‘한계치(marginal)’ 신규 수요만 들어와도 방향이 바뀔 수 있다”며 “단기 트레이더가 빠져나가는 동안 장기 보유자들이 사실상 가격 바닥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올든은 “코인이 ‘빠른 돈(투기적 단기 자금)’에서 ‘강한 손(장기 보유자)’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보통 가격이 5배 이상 오르지 않는 한 쉽게 매도하려 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장기 보유층이 두텁게 깔린 만큼, 상방으로 자극할 소규모 신규 수요만 더해져도 가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글 작성 시점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6만 7,849달러(약 9억 8,31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30일 동안 약 24.49% 하락했다. 중·단기 조정을 겪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강한 손’ 중심의 보유 구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V자 반등보다 ‘지루한 횡보’ 가능성 높다
올든은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에 급반등하는 시나리오는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비트코인이 코로나19 당시 대규모 경기부양처럼 극단적인 유동성 공급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V자 바닥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개는 저점 부근을 찍은 뒤 한동안 옆으로 기는 듯한 (횡보)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면에 대해 “지금은 ‘갈리는(grind)’ 구간에 더 가깝다”며 “현 시점에서 1만 달러(약 1,448만 원) 정도 더 내려가거나, 2만 달러(약 2,897만 원)까지 추가 하락이 나와도 여전히 그런 ‘갈리는 구간’ 안에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급락 뒤 곧바로 신고가를 향해 치솟기보다는, 조정과 횡보를 거치며 천천히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국면이라는 해석이다.
AI·스테이블코인·규제… 자본 경쟁이 격화되는 암호화폐 시장
한편 최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의 대담을 통해 공개된 ‘바이트-사이즈드 인사이트(Byte-Sized Insight)’ 팟캐스트에 따르면, 2025년은 가격보다는 활용·규제·이해 방식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전환점을 맞은 해로 평가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2025년 온체인 활동과 거래량에서 비트코인을 앞지르며, 실사용과 불법 자금 흐름 모두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 유럽 정책 총괄 마티아스 바우어-랑가트너(Matthias Bauer-Langgartner)는 이 방송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당국의 접근 방식이 성숙해졌고, 암호화폐 규제법 ‘미카(MiCA)’ 시행 이후 제도권 편입이 빨라지는 한편, 국가 단위의 암호화폐 범죄와 제재 대상 스테이블코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더 이상 시장의 유일한 중심축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과 AI 성장주, 기타 디파이(DeFi) 자산과 함께 자본과 규제의 ‘다자간 경쟁’ 구도 안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올든의 진단을 종합하면, 비트코인 가격의 다음 주요 방향성은 단순히 비트코인 내부 요인만이 아니라, AI 버블의 수위,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규제 환경 변화 등 외부 변수와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과열된 AI 관련 기술주가 언젠가 정점을 찍고 조정을 맞을 경우, 그때 흘러나오는 자본의 일부만 비트코인으로 유입돼도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AI·규제·온체인 데이터까지 넓은 시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