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비트코인과 금속 시장이 동시에 급락하며 위험자산으로서의 높은 상관성이 드러났다. 비트코인은 40% 하락 후 ETF 자금 유출과 청산 급증 속에 회복세를 모색 중이다.
25억 달러 청산… 비트코인, 금 대신 '구리처럼' 흔들렸다 / TokenPost.ai
‘닥터 커퍼’와 함께 출렁인 비트코인… 금속·암호화폐, 동일한 공포에 흔들렸다
비트코인(BTC)과 주요 금속이 같은 날 일제히 급락했다.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이 오히려 구리와 함께 움직이며 경제 불확실성 속 ‘위험 자산’처럼 반응한 것이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7만 8,000달러(약 1억 1,329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같은 날 구리를 비롯해 금, 은, 백금 등 원자재 가격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이 가운데 구리는 사상 최고치인 톤당 1만 4,500달러(약 2,106만 원)를 기록한 직후 4%가량 급락했다. 암호화폐와 금속 시장이 동시에 움직인 이례적 장면이다.
‘닥터 커퍼’와 비트코인의 공통 분모
구리는 ‘닥터 커퍼(Dr. Copper)’란 별칭으로 불린다. 산업 전반에 폭넓게 쓰이기 때문에 경제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수요 증가가 구리 수요를 밀어올려 왔다. JP모건은 이와 관련해 2025년 11만 톤 수준이던 데이터센터의 구리 수요가 2026년에는 47만 5,000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반적인 거시경제 불안이 이런 장기적 수요 전망을 압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애그리게이터 플랫폼인 스왑스페이스(SwapSpace)의 바실리 실로프 최고사업책임자(CBDO)는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주요 악재로 작용했다”며 “캐나다, 한국, 쿠바 등을 향한 무역 위협, 미국 연준(Fed)의 매파적 기조 유지도 시장에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역시 유사한 거시 리스크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2025년 10월 12만 6,173달러(약 1억 8,331만 원)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는 40% 가까이 하락한 7만 7,000~7만 8,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높아진 상관성… 그러나 갈라지는 방향
비트코인과 구리의 상관관계는 팬데믹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폴란드 원자물리연구소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암호화폐와 원자재 간 연동성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같은 해 12월 기준, 비트코인과 구리의 상관계수는 0.84에 달했다.
한편 일부 분석가는 구리-금 비율을 통해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예측해왔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라크 데이비스는 “이 비율의 상대강도지수가 저점을 다질 때 비트코인이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상관관계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정황도 있다. 2025년 말 ‘메탈 시즌’으로 불리는 시기에는 구리가 40% 이상 오르는 동안 비트코인은 오히려 6% 하락했다. 위험 자산 간 움직임이 항상 동일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금 유입 멈춘 비트코인… ETF도 손실 구간
시장의 시선은 현재 이례적인 공통 약세를 부른 원인에 집중돼 있다. 1월 30일의 공동 급락은 미국의 정제 구리 수입에 대한 관세 우려, 중국의 2025년 4분기 구리 수요 감소(전년 동기 대비 8% 하락), 미국 내 투기적 재고 적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구리뿐만 아니라 비트코인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실로프는 “비트코인에는 새로운 자금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빠른 반등보다는 지루한 박스권 흐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왑스페이스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의 거래소 이동 규모는 월 100억 달러(약 14조 5,23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고점 대비 월 500억~800억 달러(약 72조~116조 원) 수준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기관 수요 또한 감소세다. 갤럭시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상장 비트코인 ETF 평균 매입가는 8만 7,830달러(약 1억 2,754만 원)로, 현재가와 비교해 대부분 손실 구간에 있다. 최근 2주간 미국 비트코인 ETF에서는 총 28억 달러(약 4조 664억 원)의 순환매가 발생해 사상 두 번째 규모의 주간 유출세를 기록했다.
또한 토큰화된 금속 시장에서도 약세 징후가 나타났다. 1월 30일 하루 동안에만 토큰화된 구리, 금, 은 상품에서 약 1억 2,000만 달러(약 1,742억 원)가 청산됐다. 심지어 암호화폐 전체 시장에서는 25억 달러(약 3조 6,307억 원)가 청산되며 레버리지 매수 세력이 대거 정리됐다.
‘디지털 금’일까 ‘디지털 커퍼’일까
다만 구리와 비트코인을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구리는 광산 운영, 중국 제련소 가동률, 천연재해 등 고유 변수가 많다. 2024년 발표된 비트코인-원자재 상관 연구에서는 이들 관계가 ‘시장 국면별로 달라지는’ 상태의존적(regime-dependent)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현재 비트코인은 금보다는 구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표현한 대로, 경기 확장기에는 이익을 보고 위기 시엔 타격받는 ‘디지털 커퍼’에 가깝다.
실로프는 “2022년 하락장 재현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은 대중의 예상을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7월에도 비트코인은 50% 가까이 빠진 후 반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재차 경신한 바 있다.
현재,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지위를 유지할지 아니면 ‘디지털 구리’로 시장에서 새 역할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구리는 AI와 차세대 인프라 수요라는 구조적 수혜를 등에 업고 있다. 비트코인의 방향은 다시 위험 선호가 회복될지에 달려있다. 이번에도 닥터 커퍼의 예측이 맞아떨어질지는 앞으로의 경제 흐름이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