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주도하는 XRP 레저(XRPL)가 ‘토큰 에스크로(XLS-85)’를 메인넷에 활성화해 XRP에만 가능하던 에스크로를 IOU·MPT 등 모든 토큰으로 확장했다고 전했다.
검증인 34개 중 30개(합의율 88%)가 동의해 발효됐으며, 만기 의무·사전 승인·발행자 자기 토큰 에스크로 금지 등 규제 친화적 조건부 결제 인프라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88% 합의로 ‘XLS-85’ 메인넷 활성화… XRPL, XRP 한정 에스크로 ‘모든 토큰’으로 확장했다 / TokenPost.ai
리플이 주도하는 XRP 레저(XRPL)가 네이티브 자산인 리플(XRP)에만 적용되던 ‘에스크로(escrow)’ 기능을 네트워크 상의 모든 토큰으로 확장했다. 이번 ‘토큰 에스크로(Token Escrow, XLS-85)’ 활성화로 신뢰라인 기반 토큰(IOU)과 다목적 토큰(Multi-Purpose Token, MPT)까지 조건부·시간부 잠금과 같은 온체인 결제·정산 구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토큰 에스크로(XLS-85)는 2월 12일 메인넷에서 정식 활성화됐다. 개정안은 검증인 34개 중 30개(합의율 88%)의 동의를 얻어 발효됐으며, 리플 노드 소프트웨어 ‘rippled’ 2.5.0 버전에 포함된 XLS-85 사양을 통해 구현됐다. 이로써 XRP 레저는 기존에 XRP에 한정됐던 에스크로 메커니즘을 신뢰라인(IOU) 토큰과 MPT 등 토큰 전반으로 확장하며, 네트워크의 결제·정산 인프라를 한 단계 넓혔다.
‘XRP만 에스크로’에서 ‘모든 XRPL 자산 에스크로’로
리플의 개발 조직 리플엑스(RippleX)는 이번 변화를 ‘하나의 네이티브 자산에 집중돼 있던 정산 구조를 XRPL 전체 토큰 스택으로 확장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리플엑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토큰 에스크로(XLS-85)가 XRPL 메인넷에서 라이브 상태”라며 “이 기능은 네이티브 에스크로를 XRP에서 모든 신뢰라인 기반 토큰(IOU)과 MPT로 확장한다. RLUSD 같은 스테이블코인부터 실물자산(RWA)에 이르기까지, XRPL은 이제 모든 자산에 대해 안전하고 조건부인 온체인 결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용 디파이(DeFi)를 위한 도구 상자가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XRPL 공식 사이트 XRPL.org 역시 에스크로를 “전통적으로는 두 당사자 사이의 거래를 제3의 중개자가 맡아 관리하는 계약”이라고 설명하면서, XRP 레저는 이 제3자를 ‘원장에 내장된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한다고 정의한다. 그동안 이 자동화된 에스크로 기능은 XRP에만 적용됐지만, 이번 토큰 에스크로 개정으로 동일한 구조가 대체불가토큰이 아닌 ‘대체 가능한(fungible) 토큰’ 전반으로 확대됐다.
신뢰라인 토큰·MPT 별도 플래그 설정…발행자는 자기 토큰 에스크로 불가
토큰 에스크로 활성화에 따라, 신뢰라인 기반 토큰과 MPT는 각각 지정된 플래그 설정을 통해 에스크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신뢰라인 토큰의 경우, 발행 계정이 ‘Allow Trust Line Locking’ 플래그를 활성화해야 해당 토큰이 에스크로로 잠금될 수 있다. 이 플래그가 꺼져 있으면 해당 IOU는 기존처럼 전송만 가능할 뿐, 에스크로 계약에는 넣을 수 없다.
MPT는 발행 시점에 플래그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발행자는 ‘Can Escrow’와 ‘Can Transfer’ 플래그를 설정해, 해당 토큰이 에스크로로 잠금될 수 있고 만기 또는 조건 충족 시 다시 전송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이 두 플래그를 통해 ‘에스크로로 잠글 수 있는지’와 ‘잠금 해제 후 실제 이동이 가능한지’를 구분해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발행자에게는 한 가지 중요한 제약이 붙는다. 발행 계정은 ‘자신이 발행한 토큰을 스스로 에스크로에 넣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즉, 특정 토큰의 발행자는 그 토큰을 담보·유통 구조상 스스로 잠그는 에스크로를 생성할 수 없지만, 다른 이용자가 만든 에스크로에서 나오는 토큰을 ‘수취인’으로 받는 것은 가능하다. 발행자와 토큰 유통 구조 간 이해상충 여지를 줄이려는 설계로 풀이된다.
사전 승인 필수…권한·만기·취소에 따른 세부 규칙
권한(authorization) 관리도 토큰 에스크로에서 핵심 변수다. 발행자가 특정 토큰을 ‘승인 기반’으로 운영할 경우, 에스크로를 생성하기 전부터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해당 토큰을 보내는 계정은 에스크로를 만들기 전에 발행자로부터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하고, 에스크로가 만료돼 취소될 때 토큰을 다시 돌려받으려면 그 계정 역시 수신 권한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은 ‘누가 에스크로를 취소했는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에스크로의 수취인이 되는 계정도 예외가 없다. 토큰이 승인을 요하는 구조라면, 에스크로가 완료(‘EscrowFinish’)되기 전에 수취인 계정 역시 발행자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되지 않은 계정으로 에스크로를 완료하려 하면 트랜잭션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처럼 토큰 에스크로는 자금세탁방지(AML)나 증권형 토큰 규제 대응 등 규제에 맞춘 ‘접근 제어’를 온체인 레벨에서 구현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XRP 레저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시간 기반’, ‘조건 기반’, ‘복합형’ 에스크로를 모두 지원한다. 사용자는 ‘EscrowCreate’ 트랜잭션으로 자금을 잠그고, 조건이 충족되면 ‘EscrowFinish’로 자금을 풀며, 만기가 지나면 ‘EscrowCancel’로 원금 회수를 요청하는 흐름이다. 특히 토큰 에스크로의 경우 ‘만기 시간(expiration time)’ 지정이 의무 사항으로, 무기한 잠금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베스팅(vesting)이나 락업(lock-up)처럼 시간·조건이 명확한 구조에 적합하다.
수수료 구조도 변화…크립토 컨디션 활용 시 비용 상승
새로운 기능은 공짜가 아니다. XRPL.org는 에스크로가 “두 건의 트랜잭션을 필요로 한다”며, 특히 ‘크립토 컨디션(Crypto-Conditions)’ 사용 시 수수료가 늘어난다고 명시했다. 크립토 컨디션은 특정 암호학적 조건이 충족될 때만 트랜잭션이 유효해지는 구조를 말한다.
현재 XRP 레저는 PREIMAGE-SHA-256 유형의 크립토 컨디션만 지원한다. 이 방식을 쓰면 ‘조건 충족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가 추가되면서 EscrowFinish 비용이 올라간다. 문서에 따르면, 크립토 컨디션을 포함한 EscrowFinish는 최소 330드롭(drop)의 XRP가 필요하며, 여기에 조건 데이터(fulfillment)의 크기에 비례해 추가 수수료가 붙는다. 이 수수료 구조는 네트워크의 기본 수수료 설정이 바뀌면 함께 조정된다.
결국 토큰 에스크로는 ‘보안성과 조건 유연성’을 제공하는 대신, 단순 송금에 비해 더 높은 온체인 비용을 요구하는 셈이다. 기관·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수수료와 온체인 자동화의 이점을 저울질해, 어떤 결제·정산 구간에 에스크로를 적용할지 설계할 필요가 있다.
베스팅·OTC·담보·RWA까지…XRPL 토큰 레이어 유스케이스 확대
리플엑스는 토큰 에스크로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토큰 베스팅·그랜트(grant) 지급, 조건부 지급·OTC(장외) 스왑, 재무·재무부서(treasury) 워크플로(법적 보류·담보 관리), 토큰화 권리와 실물자산(RWA) 기반 언락(unlock) 구조 등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팀은 투자자·팀 물량을 에스크로에 걸고 일정 기간마다 해제되는 구조를 온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다. OTC 거래에서는 ‘조건 충족 전까지 토큰과 자금을 모두 잠가두는’ 방식으로 상대방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법적 분쟁이나 규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자산을 일정 기간 동결하는 ‘법적 보류’도 에스크로로 처리할 수 있다. RWA 토큰의 경우, 오프체인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서류 제출, 규제 승인, 만기 도래 등)를 크립토 컨디션과 연동해, 조건이 충족될 때만 자산을 풀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공통점은 모두 ‘특정 시점 또는 특정 조건까지 자산을 잠가두는 네이티브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토큰 에스크로는 이러한 ‘lock until X’ 구조를 XRP 레저 토큰 레이어 전반에 제공해, 서드파티 커스터디 업체나 완전한 오프체인 조율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준다. 특히 규제 친화적인 구조를 지향해 온 리플과 XRPL 생태계에는, 온체인에서 조건·승인·만기를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안·컴플라이언스 요구가 높은 기관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겨냥해온 XRP 레저의 전략을 감안하면, 토큰 에스크로(XLS-85)는 단순 기능 추가를 넘어 ‘기관용 디파이’ 인프라를 강화하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에스크로 범위가 리플(XRP)을 넘어 XRPL 상 모든 토큰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스테이블코인, RWA, 각종 유틸리티 토큰을 활용한 구조화 상품·결제·담보 솔루션이 XRPL 위에서 더 활발히 실험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