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축 재편…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화폐 대안’ 굳히고, SEC 기조 변화에 프라이버시·토큰화 뜬다
2026/02/21

질 건터는 암호화폐 산업이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중심의 화폐 대안 흐름에 프라이버시(zk)·토큰화·모듈형 인프라가 겹치며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SEC의 협업 기조 전환이 제도화 기대를 키우는 한편, 현직 대통령 트럼프와의 과도한 정치적 연계는 정권·의회 구도 변화에 따른 규제 역풍 리스크를 키운다고 전했다.

 2대 축 재편…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화폐 대안’ 굳히고, SEC 기조 변화에 프라이버시·토큰화 뜬다 / TokenPost.ai

2대 축 재편…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화폐 대안’ 굳히고, SEC 기조 변화에 프라이버시·토큰화 뜬다 / TokenPost.ai

암호화폐 산업이 기술·정책·인력 구도 전반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비트코인(BTC)과 스테이블코인, 이더리움(ETH)을 축으로 한 기존 패러다임 위에 프라이버시 기술, 토큰화, 모듈형 인프라, 그리고 새로운 규제 환경이 겹치며 ‘완전히 다른 시장’을 예고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계 이미지가 커지면서, 미국 정치 지형이 향후 산업 성장의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립토, “죽었다”는 냉소 속에서도 산업으로 자리 잡다

질 건터는 현재 크립토 업계가 단기 가격 변동이나 ‘침체’ 논쟁을 떠나, 하나의 산업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겉으로는 ‘크립토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반복되지만, 실제로는 인프라와 규제, 인력 풀까지 전반적인 생태계가 성숙 단계로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에스프레소(Espresso)를 예로 들며, 블록체인 인프라가 점점 ‘모듈형’ 구조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짚었다. 체인마다 모든 기능을 다 안고 가던 시기에서, 합의·데이터 가용성·프라이버시 같은 역할을 나눠 맡고 서로 연결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업계 내부의 냉소와 피로감은 ‘시장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격과 사이클만 보면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게 되지만, 기술과 인프라 레벨에서는 꾸준히 전진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자리 매김

건터는 비트코인이 이미 특정 니치 영역에서는 확실한 법정화폐 대안이 됐다고 평가했다. 검열 저항성과 공급량이 고정된 디지털 자산이라는 특성이, 자본 통제가 강한 국가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생활 화폐 대체’라는 관점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적어 결제와 송금, 기업 재무 관리에 보다 직관적인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의 대안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비트코인보다 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통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각 은행이 제각각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기존 ‘레거시’ 구조는 비용과 리스크, 불투명성을 키워 왔고, 블록체인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주식·채권·부동산 등 기존 자산의 ‘토큰화’가 확산되면서, 월스트리트에서만 가능하던 투자 기회가 점차 온체인으로 옮겨 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짚었다.

프라이버시, 규제와 자유를 동시에 만족시킬 새 축으로 부상

건터가 가장 강조한 지점 중 하나는 디지털 자산 환경에서의 프라이버시였다. 그는 영지식증명(zk)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 당사자와 민감 정보를 직접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규제 준수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보는 숨기면서도 규정은 지키는’ 새로운 타입의 컴플라이언스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이런 프라이버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결제 상품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인권 차원을 넘어, 글로벌 은행과 대기업 입장에서도 경쟁사로부터 사업 전략과 거래 데이터를 지키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형 은행들은 정부보다도 경쟁사의 정보 접근을 더 경계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프라이버시 인프라에 강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디지털 결제와 온체인 금융이 확산되면서 거래 데이터가 훨씬 더 ‘읽기 쉽고 활용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인터넷 플랫폼과 핀테크 기업이 이런 데이터를 분석·모네타이즈하며 이용자의 행동을 더 정교하게 유도할 수 있고, 여기서 프라이버시 기술과 규제 논의가 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EC 기조 변화와 규제 환경의 재편

건터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태도 변화를 암호화폐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과거 SEC가 소환장과 제재를 앞세워 스타트업을 압박하던 시기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냉각 효과’가 커서 혁신을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에는 SEC가 크립토 기업과 창업자들을 공식적으로 초청해 대화를 시도하는 등, 보다 협업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규제 명확성에 대한 업계 요구와, 정치권 전반에서 개인 자유와 시민권에 더 무게를 두는 정서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그는 특히 암호화폐가 ‘개인의 자산 통제권과 자유’에 대한 논쟁을 전면에 끌어올리면서, 보수 진영까지 포함해 자유와 권한 분산을 중시하는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규제 완화와 친크립토 기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향후 정치 이벤트와 여론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수요 구조의 변화… “크립토 네이티브만의 시장 아니다”

인력 시장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건터는 지금의 암호화폐 업계가 더 이상 ‘크립토 네이티브’만을 전제로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 빅테크, 웹 서비스 출신 인재를 먼저 채용한 뒤,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는 사내에서 가르치는 식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업계를 묶어 주던 기존의 강한 ‘공동 문화’가 점차 약해지고, 더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인력 구성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터는 이런 ‘새 피’의 유입 자체를 가장 강력한 성장 신호로 본다고 강조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다음 사이클의 주요 플레이어는 기존 크립토 마니아가 아니라, 기업과 신규 스타트업, 대중 사용자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더리움과 레이어2(L2) 프레임워크가 제공하는 유연성이, 기업·개발자들에게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인프라’로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더리움이 맞게 될 전략적 갈림길

건터는 이더리움이 앞으로 ‘탈중앙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어려운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점점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이더리움 기반 인프라 위로 올라타면, 스케일과 사용자 경험, 규제 요구를 맞추기 위한 실용적 선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탈중앙성의 원칙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문제 제기다.

또한 대형 기업과 기관 자본이 온체인으로 들어오면, 인프라 개발자와 프로토콜 팀의 우선순위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순수한 이상과 철학 못지않게, 엔터프라이즈 수요와 레귤레이션, 비용 구조가 의사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코어 자산’ 위에, 스포티파이에 비견될 수 있는 수많은 실사용 애플리케이션이 올라가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더 이상 단일한 ‘크립토 문화’로 묶이지 않고, 유저 집단과 지역, 산업별로 완전히 다른 문화와 니즈를 가진 다극 체계로 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프라의 내구성과 ‘크립토 레일’ 위의 기업 체인

암호화폐 시장에서 단기적으로는 앱과 토큰에 관심이 쏠리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인프라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건터는 여러 번의 사이클을 거치는 동안 거래소, 커스터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등 핵심 ‘레일’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꾸준한 성장을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확실히 보상이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은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 사이를 번갈아 가며 관심을 옮기지만, 유동성의 근간과 신뢰를 지탱하는 층은 결국 인프라라는 것이다.

또 최근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체 체인이나 폐쇄형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그 밑단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과 표준을 활용한 ‘크립토 레일’ 위에 올라탄 구조라고 짚었다. 겉으로는 ‘웹3’라는 이름을 쓰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글로벌 결제·데이터 네트워크의 공통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데이터 가독성의 시대, 프라이버시와 수익화의 충돌

온체인 결제와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금융 거래 데이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기계가 읽기 쉬운 형태로 축적되고 있다. 건터는 이런 ‘데이터의 가독성’이 커질수록, 인터넷 플랫폼과 핀테크 기업들이 패턴 분석과 광고·추천·가격 차별에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인터넷 플랫폼이 이런 금융 데이터 패턴을 수익화하고, 사용자의 행동을 미세하게 조정하려 들 것”이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규제, 기술적 대응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강조한 프라이버시 기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 자유와 기업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도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에게는 재산권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방패이자, 기업에게는 경쟁사·제3자로부터 핵심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벽 역할을 할 수 있어, 프라이버시는 앞으로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을 잇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와 크립토의 정치적 연계, ‘역풍’ 위험도 커진다

건터는 최근 미국 정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암호화폐 산업이 강하게 연계되는 흐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트럼프 코인’ 같은 상징적 이벤트가 정치권의 주요 talking point로 소비되면서, 워싱턴에서는 “암호화폐가 트럼프 일가에 막대한 부를 안겨 주고 있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서사가 확산될 경우, 정권 교체나 의회 권력 구도 변화에 따라 암호화폐 산업 전체가 ‘정치적 역풍’을 맞을 위험이 커진다고 봤다. 특정 정치 세력과 과도하게 엮인 산업은, 반대 진영의 규제 타깃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해 암호화폐 이슈가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주류 언론에서도 크립토 관련 보도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터는 이미 주요 경제지와 종합 일간지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기사가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산업의 ‘주류 편입’을 보여 주는 동시에 정치·규제 리스크도 함께 키우는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단순히 가격 사이클로만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법정화폐 대체 가능성, 이더리움 생태계와 레이어2 확산, 프라이버시 기술과 토큰화 자산, 그리고 SEC를 비롯한 규제·정치 환경의 재편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질 건터의 진단처럼, 다음 사이클을 이끄는 것은 기존 크립토 네이티브가 아니라 새로 유입되는 개발자·기업·정책 결정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과도한 정치적 연계가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 역시, 시장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